짝퉁 천국 서울 새빛시장 ‘불야성’
2030부터 ‘가족 단위 손님’까지, 한밤 북적대
국가경쟁력 및 도덕에 타격... 시민 인식 전환 절실

서울 중구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3번 출구 앞 ‘새빛시장’ 인근 노란 천막에 진열된 짝퉁 의류들. /사진 = 박수림
“원래 30만원 넘는 건데, 여기서는 3만 원이면 살 수 있어요.”
지난 7일 밤 10시 서울 중구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앞. ‘짝퉁의 성지’로 알려진 ‘새빛시장’ 앞 13m²(약 4평) 정도 크기의 노란 천막 아래서 만난 25세 남성 김모씨는 방금 산 프랑스 의류 브랜드 메종키츠네 맨투맨 짝퉁을 검은 비닐봉투에서 꺼내 보여줬다. 취미처럼 새빛시장에 종종 들른다는 그는 “인터넷으로 미리 진품 사진을 저장해 와서 같은 디자인의 짝퉁을 고른다”라고 말했다.
이날 새빛시장은 짝퉁을 찾는 인파로 가득했다. 친구나 애인과 함께 온 2030세대부터 아이를 대동한 가족 단위 손님까지 북적였기 때문에 소비자 연령대를 특정할 수 없었다.
지난 2016년, 서울시 중구청은 야간 노점 175개소에 도로점용을 허가해 주었다. 상인들에게 법적 안정성을 제공하고 동대문 야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이 조치가 엉뚱한 효과를 가져왔다. ‘노란 천막’ 노점 상인들이 점차 짝퉁을 팔기 시작하면서 이 거리가 ‘관광명소’가 됐고 새빛시장이 ‘짝퉁시장’으로서의 명성을 얻은 것이다. 지난 2019년 7월 ‘머니S’가, 올해 1월에도 이코노미스트가 이 ‘짝퉁 시장’을 고발하는 등 언론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지만 짝퉁은 스러지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주춤했던 짝퉁 소비가 올해 들어 다시 증가하고 있다. 지난 9월 국회 기획재정위 소속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관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8년~2022년 7월) 적발한 지식 재산권 위반 물품의 규모는 1조 8,800억 원에 달했다. 연도별 적발 금액은 2019년 6,609억 원에서 2020년 2,602억 원, 2021년 2,339억 원으로 감소세였으나, 2022년에는 상반기(1~7월) 금액(2,033억 원)만으로도 전년도 규모에 육박하고 있다.
상표법에 따르면 짝퉁 판매 행위는 범죄 행위다. 상표법 제108조는 “타인의 등록상표와 동일ㆍ유사한 상표를 그 지정상품과 동일ㆍ유사한 상품에 사용하거나 사용하게 할 목적으로 교부·판매·위조·모조 또는 소지하는 행위”를 규제하고 있다. 그런데 어떻게 해서 이런 범죄가 서울 한복판에서 수 년 간 버젓이 행해지고 있을까?
표면적으로는 ‘단속 미비’를 들 수 있다. 상인들은 구청의 단속을 손쉽게 피해 갔다. 새빛시장 한 쪽에 있던 노점들은 밤 11시 20분이 되자, 노란 불을 끄고 검은 천으로 매대를 덮기 시작했다. 장사가 끝난 것이냐고 묻자, 노점을 운영하는 상인 A씨는 “아니다. 단속이 나와서 잠시 영업을 중단한 것이다”라면서 “10~20분만 기다리라”라고 말했다. 실제로 20분이 채 지나지 않아 노점들은 영업을 재개했다.
이에 대해 중구청 관계자는 “조를 짜서 여러 시장을 돌아가면서 단속한다”라면서도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중구에 시장이 제일 많아서 매일 모든 시장을 돌 수는 없다”라고 했다. 현재 중구청 단속반은 행정직 8명, 공무직 16명으로 구성돼 있다.
전문가들은 ‘짝퉁’이 국가 경쟁력을 저해한다고 지적한다. 숙명여대 경영학과 서용구 교수는 “짝퉁 시장은 외국의 명품 제조업체에만 타격을 입히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대한민국 시장이 범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인상을 주는 짝퉁은 무역에 의존하는 우리의 유통 시장에, 대한민국 경제에 결국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성균관대 기계공학과 최재붕 교수도 “우리나라에 짝퉁이 아무렇지 않게 유통된다면 기업들은 명품을 창조하고자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짝퉁 매매는 불법이므로 철저히 단속해야 한다. 점용 목적에 맞지 않는 상점은 허가를 취소하는 등의 조치도 필요하다. 그러나 사회 전체의 인식 전환이 없으면 짝퉁 근절은 어렵다. 70~80년대부터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지켜봤다는 성신여대 소비자학과의 허경옥 교수는 “짝퉁 문제는 과거에는 더 했다”라면서도 “그러나 ‘선진국’ 소리를 듣는 21세기 대한민국의 서울 한복판에 ‘짝퉁시장’이 관광명소로 이름을 날리는 현상은 이해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것이 ‘단속’만으로 해결되는 문제는 아닐 것”이라면서 “‘짝퉁을 사고 파는 것은 범죄’라는 사회 전체의, 그 중에서도 소비자의 각성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새빛시장 노점들은 11시 20분부터 약 20여 분간 소등을 하고 매대를 검은 천막으로 가려 단속을 피했다. /사진 = 박수림
조선 저널리즘 아카데미 1기
김종표 박수림 이현성 공동 취재
짝퉁 천국 서울 새빛시장 ‘불야성’
2030부터 ‘가족 단위 손님’까지, 한밤 북적대
국가경쟁력 및 도덕에 타격... 시민 인식 전환 절실
서울 중구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3번 출구 앞 ‘새빛시장’ 인근 노란 천막에 진열된 짝퉁 의류들. /사진 = 박수림
“원래 30만원 넘는 건데, 여기서는 3만 원이면 살 수 있어요.”
지난 7일 밤 10시 서울 중구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앞. ‘짝퉁의 성지’로 알려진 ‘새빛시장’ 앞 13m²(약 4평) 정도 크기의 노란 천막 아래서 만난 25세 남성 김모씨는 방금 산 프랑스 의류 브랜드 메종키츠네 맨투맨 짝퉁을 검은 비닐봉투에서 꺼내 보여줬다. 취미처럼 새빛시장에 종종 들른다는 그는 “인터넷으로 미리 진품 사진을 저장해 와서 같은 디자인의 짝퉁을 고른다”라고 말했다.
이날 새빛시장은 짝퉁을 찾는 인파로 가득했다. 친구나 애인과 함께 온 2030세대부터 아이를 대동한 가족 단위 손님까지 북적였기 때문에 소비자 연령대를 특정할 수 없었다.
지난 2016년, 서울시 중구청은 야간 노점 175개소에 도로점용을 허가해 주었다. 상인들에게 법적 안정성을 제공하고 동대문 야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이 조치가 엉뚱한 효과를 가져왔다. ‘노란 천막’ 노점 상인들이 점차 짝퉁을 팔기 시작하면서 이 거리가 ‘관광명소’가 됐고 새빛시장이 ‘짝퉁시장’으로서의 명성을 얻은 것이다. 지난 2019년 7월 ‘머니S’가, 올해 1월에도 이코노미스트가 이 ‘짝퉁 시장’을 고발하는 등 언론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지만 짝퉁은 스러지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주춤했던 짝퉁 소비가 올해 들어 다시 증가하고 있다. 지난 9월 국회 기획재정위 소속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관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8년~2022년 7월) 적발한 지식 재산권 위반 물품의 규모는 1조 8,800억 원에 달했다. 연도별 적발 금액은 2019년 6,609억 원에서 2020년 2,602억 원, 2021년 2,339억 원으로 감소세였으나, 2022년에는 상반기(1~7월) 금액(2,033억 원)만으로도 전년도 규모에 육박하고 있다.
상표법에 따르면 짝퉁 판매 행위는 범죄 행위다. 상표법 제108조는 “타인의 등록상표와 동일ㆍ유사한 상표를 그 지정상품과 동일ㆍ유사한 상품에 사용하거나 사용하게 할 목적으로 교부·판매·위조·모조 또는 소지하는 행위”를 규제하고 있다. 그런데 어떻게 해서 이런 범죄가 서울 한복판에서 수 년 간 버젓이 행해지고 있을까?
표면적으로는 ‘단속 미비’를 들 수 있다. 상인들은 구청의 단속을 손쉽게 피해 갔다. 새빛시장 한 쪽에 있던 노점들은 밤 11시 20분이 되자, 노란 불을 끄고 검은 천으로 매대를 덮기 시작했다. 장사가 끝난 것이냐고 묻자, 노점을 운영하는 상인 A씨는 “아니다. 단속이 나와서 잠시 영업을 중단한 것이다”라면서 “10~20분만 기다리라”라고 말했다. 실제로 20분이 채 지나지 않아 노점들은 영업을 재개했다.
이에 대해 중구청 관계자는 “조를 짜서 여러 시장을 돌아가면서 단속한다”라면서도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중구에 시장이 제일 많아서 매일 모든 시장을 돌 수는 없다”라고 했다. 현재 중구청 단속반은 행정직 8명, 공무직 16명으로 구성돼 있다.
전문가들은 ‘짝퉁’이 국가 경쟁력을 저해한다고 지적한다. 숙명여대 경영학과 서용구 교수는 “짝퉁 시장은 외국의 명품 제조업체에만 타격을 입히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대한민국 시장이 범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인상을 주는 짝퉁은 무역에 의존하는 우리의 유통 시장에, 대한민국 경제에 결국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성균관대 기계공학과 최재붕 교수도 “우리나라에 짝퉁이 아무렇지 않게 유통된다면 기업들은 명품을 창조하고자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짝퉁 매매는 불법이므로 철저히 단속해야 한다. 점용 목적에 맞지 않는 상점은 허가를 취소하는 등의 조치도 필요하다. 그러나 사회 전체의 인식 전환이 없으면 짝퉁 근절은 어렵다. 70~80년대부터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지켜봤다는 성신여대 소비자학과의 허경옥 교수는 “짝퉁 문제는 과거에는 더 했다”라면서도 “그러나 ‘선진국’ 소리를 듣는 21세기 대한민국의 서울 한복판에 ‘짝퉁시장’이 관광명소로 이름을 날리는 현상은 이해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것이 ‘단속’만으로 해결되는 문제는 아닐 것”이라면서 “‘짝퉁을 사고 파는 것은 범죄’라는 사회 전체의, 그 중에서도 소비자의 각성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새빛시장 노점들은 11시 20분부터 약 20여 분간 소등을 하고 매대를 검은 천막으로 가려 단속을 피했다. /사진 = 박수림
조선 저널리즘 아카데미 1기
김종표 박수림 이현성 공동 취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