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강생 실습기사

조선 저널리즘 아카데미 소감문 (1기 김예랑)

2022-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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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언론고시 ‘중도 탈주자’였다. 코로나가 터진 2020년 신문 정리만 1년, 그다음 해엔 법조인에 대한 미련을 못 버려 로스쿨 준비에만 1년을 썼다. 결국 로스쿨 면접 시즌에 또 중도 탈주를 해버린 나는, 사회로부터 도망치고 싶어 지인들과 연락을 끊고 지냈다. 실패한 스스로가 견딜 수 없어서 숨고 싶은데, 가족들이 있는 집에서는 그러지도 못했다. 몇 달을 그저 쉬었다. 그 사이 20대 대통령이 선출되고 정권이 바뀌었다. 세상도 바뀌었는데 이렇게는 살 수 없다고 생각하던 차에 우연히 신문에 난 조선 저널리즘 아카데미 공고를 발견했다.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지원했고 선발이 됐다. 7월부터 장장 4개월 동안 이어지는 커리큘럼이었다.


  일주일에 두 번, 하루는 조선일보 논설위원의 글쓰기 멘토링을 받고 하루는 각 부서의 베테랑 기자들이 돌아가며 특강을 했다. 정직하게 말하겠다. 실망한 적도 있었다. 그래도 회차가 진행될수록 기자 지망생들에게 자신이 가진 노하우와 저널리즘의 가치, 규범을 전달하고자 애쓰는 그들이 참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많은 이들이 신문은 ‘사양산업’이라고 고개를 저어도, 이 세상에 정부가 존재하고 국민이 존재하는 한, 언론은 그 둘을 연결하는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그래서 저널리스트들은 제대로 된 저널리즘을 추구해야 하는 것이라고. 소속 부서도 다르고, 삶의 궤적도 다 달랐지만, 조선일보 기자들이 전하는 메시지의 맥(脈)은 일관된다고 느꼈다.


  일주일에 한 번 꼬박 받는 글쓰기 멘토링은 박해현 논설위원에게 받았다. 글을 쓰기에 앞서, 매주 지정된 논제를 발표자가 발제하고 그 후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초고를 쓰면 그다음 주 피드백을 받는 식으로 진행됐다. 멘토께서는 수업마다 성심껏 강의하셨다. 언론사 시험 논술 답안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도록, 피드백과 조언을 아끼지 않으셨다. 이 글을 빌려 그에게도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덕분에 우리 사회에는 ‘멋진 꼰대’도 있다고 느꼈다. 또 글쓰기에만 전념하기보다, B반 학우들의 훌륭한 발표와 적극적인 토론을 거친 덕에 특정 논제에 대한 나의 근거와 주장을 논리적이고 효과적으로 정리할 수 있었다. 신문 정리를 혼자 했을 땐 얻을 수 없는 지적 자산을 쌓은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11월 말까지 특강이 이어졌다. 초청된 미디어 전문가들은 저널리즘의 가치와 규범, 저널리스트로서 가져야 하는 직업 윤리, 한국 언론이 ‘디지털화’ 과도기서 고전하고 있는 현실을 상세하게 전했다. 그것은 저널리스트가 되기 전에 반드시 고민해야 할 언론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했다. 강의 끝엔 질문도 자유롭게 할 수 있으므로, 그 시간만큼 생각을 정리하기 최적일 때가 없다. 해서, 비록 커리큘럼 끝자락이어도 완주할 것을 예비 아카데미 학우들께 추천하는 바다.


  조선 저널리즘 아카데미를 통해 얻은 게 참 많다. 알찬 커리큘럼과 훌륭한 멘토들과, 실력이 뛰어난 학우들이 그 공적의 주된 요인이지만, 사실 ‘사바사’다. 강의를 듣는 사람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10을 얻을 수도, 50을 얻을 수도, 700을 얻을 수도 있다. 솔직하게, 나는 열심히 들었다. 모든 수업에서 배워갈 게 있다고 믿었다. ‘중도 탈주자’였던 내게 큰 기회였고 놓치고 싶지 않았다. 아카데미 지원서를 낼 때 나는 아무런 ‘성과’를 못 낸 1년의 공백이 부끄러웠다. 면접 때도 자신 없었다. 그런데도 선발이 된 까닭은, 자소서와 면접 답변에 간절함과 진심을 담아 냈기 때문이라고 짐작해 본다. 조선 저널리즘 아카데미 지원에 망설이고 있다면, 용기를 내 던져보라고 말하고 싶다. 보이진 않지만 분명히 실재하는 저널리즘의 가치를 믿고, 좋은 저널리스트가 되어 언론의 미래를 이끌고 싶은, 남들에게 말 못할 이런 낭만을 품고 있다면 더더욱 강권하고 싶다. 저널리즘에 상당히 진심인 조선이 당신의 잠재성을 못 알아볼 리가 없다.

  

  마지막으로 아카데미 설립을 주관한 조선일보 미디어 연구소에 감사의 인사와 격려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언론고시생들에게 무료로 이 정도 수준의 강의와 멘토링 수업을 제공한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미래의 저널리스트들에게 투자하는 건 한국 저널리즘의 미래에 투자하는 것과 같다는 초기의 신념을 견지하고 정진하시길 바란다. 해당 사업을 총괄하신 홍영림 기자님과 사무국 관계자분들께도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조선 저널리즘 아카데미 1기

김예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