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강생 실습기사

기독교계 대학에 ‘종교의 자유’ 바람 (2기 김하나, 최영찬)

2023-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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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계 대학에 ‘종교의 자유’ 바람


“기독교 이념 아래 설립된 학교라고 해도, 다른 종교나 무교 학우들도 있는데 왜 채플이 졸업 필수 요건으로 강요되는지 거부감이 들었습니다.”

국내 기독교 기반 대학(미션스쿨) 채플 수업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있다. 서울 시내에서 채플 수업을 하고 있는 대학들의 SNS에는 채플 수업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토론이 벌어지고 있다. 대학생들은 ‘종교의 자유가 있는 대한민국에서 왜 채플 수업을 강요하느냐’라는 문제를 제기한다. 기독교 교단에서 설립한 서울 지역의 서울여대, 이화여대, 연세대에서 이런 움직임이 있으며 일부 대학에서는 이를 반영할 기미도 보이고 있지만 아직 큰 변화는 보이지 않는다.    

이는 코로나19의 위기단계가 하향 조정돼 대면 수업이 늘어나면서 대학생들이 채플 수업에 대한 불편함을 겪고 이를 토로하면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또, 작년 7월 21일, “학교에서 채플 수업 이수를 의무화한 것은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다”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도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션스쿨의 한 학생이 “채플 수업을 듣지 않으면 졸업할 수 없도록 한 것은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한 결과다. 인권위는 해당 대학교 총장에게 “채플 대체 과목을 추가 개설하거나 대체 과제를 부여하는 등 개선 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그러나 개선방안은 마련되지 않고 있거나 미흡하고, 학생들의 불만은 높아만 가고 있다. 


 서울여자대학교 전경

서울특별시 노원구에 위치한 서울여자대학교는 대한예수교장로회 산하의 개신교 미션스쿨이다. 사진=김하나


미션 스쿨은 기독교 정신에 기초를 둔 지식 교육을 설립 이념으로 하는 대학을 일컫는다. 서울 공릉동에 위치한 서울여자대학교는 이러한 특성 탓에 ‘기독교 개론’이라는 교양 수업과 ‘경건회’라는 이름의 채플이 졸업 필수 요건이다. 채플이 열리는 요일 서울여대 커뮤니티는 기독교인과 비기독교인 학우들의 논쟁이 반복된다. 채플에 대한 가벼운 불만으로 시작된 글이 종교 자체와 기독교인에 대한 반감으로 번져나가는 식이다. 

서울여대에서 채플 필수 이수에 대한 논쟁은 코로나19 이후로 격화됐다. 전례 없던 팬데믹으로 지난 2년간 채플이 비대면 녹화 영상으로 진행돼 학생들의 거부감은 비교적 덜했다. 그런데 올해 채플이 대면으로 전환되면서 현장 지정 좌석 속 행해지는 채플에 비기독교인 학생들의 불만과 반발이 어느때보다 강하게 수면 위로 올랐다. 

 

◇ 6학기를 이수해야 졸업 가능 … 학점도 안 나와 

“이번 학기에 경건회가 전공 수업이랑 애매하게 겹쳐서 전공 수업을 못 들었습니다. 울고 싶더라고요”

이아무개 씨는 교내에서 수강 신청이 가장 어렵기로 소문난 언론영상학부 학생이다. 경건회는 6학기를 필수로 이수해야 하지만 0학점 과목이다. 실제 채플 시간은 2시간 내외지만 시간표상 차지하는 비중은 2시간 45분 수업이라 학생들의 수강 신청에 여러 문제를 야기해 왔다.


◇ 대학은 성적과 전공을 보고 입학…채플 요건까지 세세히 확인하지는 않아 

“입학 후 채플을 반드시 이수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이것은 종교의 자유 침해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씨는 입학 전 서울여대가 기독교 학교인 것은 알고 있었으나 채플이 졸업 필수 요건인 것은 몰랐다고 했다. 실제로 이 씨는 채플 참석에 대한 불편한 마음에 인권위에 제소를 알아보기도 했다. 신입생인 김아무개 씨도 “경건회(채플)도 문제지만 기독교 개론은 여타 수업들과 같이 시험을 치르고 학점도 나오는 과목이라서 부당함이 더 크게 와닿았어요.”라고 말하면서 “기독교 이념 설립 학교인지 모르는 채로 입학했는데, 매우 당황스럽다”라고 덧붙였다. 

기독교를 믿는 학생 중에도 채플을 필수 졸업 요건으로 한 것에 대한 반대 의견이 많았다. 재학생 신아무개씨는 "저는 기독교인이라 채플 자체에 대한 거부감은 없다"라고 전제하면서도 “꽤 많은 분들이 미션 스쿨이라는 점, 채플이 졸업 요건이라는 점을 모르는 채로 입학했다는 사실을 접한 후 비기독교인 학우들의 불만이 있겠다는 생각은 했다"라고 덧붙였다. 그리고 "이렇게 종교적 불만을 야기하는 정책 때문에 오히려 비기독교 신자 학생들로부터 '사이비와 다를 게 없다'라든지 혹은 종교 자체를 비난하는 발언들을 접하게 된다"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화여대의 채플이 이뤄지는 대강당 전경

 서울특별시 서대문구에 위치한 이화여자대학교는 개신교(감리회)계 미션스쿨이다. 사진=김하나

 

◇ 콘텐츠 다양화 시도도 있었으나, 학생들 불편함 여전해

또 다른 개신교 대학인 이화여자대학교는 2011년 총학생회 주최로 재학생 2000명이 채플 수업 수강 거부를 하는 등의 갈등을 겪은 바 있다. 그 결과 채플의 종교 예배 색채가 옅어지고 문화생활 등 다양한 볼거리 위주로 수업 내용이 변했다. 그러나 졸업 전 채플을 총 8학기 이수해야 한다는 점은 변하지 않았고, 학생들의 불만은 여전했다.

그 불만이 최근에 터져나왔다. 이화여대 3학년에 재학 중인 김아무개 씨는 입학 당시에는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채플이었으나 올해부터 대면 채플로 전환되면서 통학의 불편함이 생겼다고  호소했다. “수업이 없는 날에도 채플 때문에 오전 시간에 대강당까지 와서 참석해야 하는 게 불편합니다. 실제로 주변 친구들도 대면으로 전환된 후로 채플에 대해서 부정적 의견이 많아졌어요”

이화여대 졸업을 앞둔 비기독교인 김 씨는 “기독교 학교인 걸 알고 입학했지만, 듣고 싶지 않은 걸 들어야 한다는 거부감은 존재했어요. 8학기 내내 30분씩 애매한 시간에 참석해야 했고 출결 관리도 매우 까다로웠거든요”라며 지난 4년간의 채플을 회상했다. 아무리 콘텐츠를 다양하게 한들 기본적으로 종교적인 내용이 많아서 비종교인인 본인에게는 유쾌하지 않은 시간이었다고도 덧붙였다.

 연세대학교 언더우드관 전경

 서울특별시 서대문구에 위치한 연세대학교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총회와

 기독교대한감리회 산하의 개신교 미션스쿨이다. 사진=최영찬

 

21일 찾은 연세대학교(신촌)에서도 채플에 대한 재학생들의 생각을 들을 수 있었다. 선교사 ‘호러스 그랜트 언더우드’에 의해 설립된 연세대학교 역시 기독교 산하 미션스쿨이다. 연세대에서는 교목실 주도 아래 매주 수요일 비대면 채플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최소 4학기 이상의 채플 수업을 수강해야 졸업할 수 있다.

 

◇ 기독교 신자임에도 채플에 반대 입장인 학생도 있어

“전 기독교인데도 채플 수업이 강압적이라고 느껴요.” 연세대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정 씨는 기독교 신자임에도 채플 수업 중에 예배와 찬양을 강요하는 행태가 불합리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다른 종교를 가진 학생들도 있는데 기독교만을 강요하는 건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  채플은 미션스쿨 정체성 ⋯ 타 종교에 대한 배려도 필요해

“채플이 강압적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연세대가) 미션스쿨인 만큼 학교가 기독교적 색채를 낼 순 있다고 생각한다." 연세대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김 씨는 연세대학교가 기독교 학교이고 채플 존재를 알고 입학했기 때문에 채플을 들어야 하는 것에는 거부감이 없어 보였다. 

다만, “비대면으로 진행되고 있는 채플을 전면 대면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를 했을 때는 거부감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김 씨는 또 기독교 입장에서 다른 종교를 보는 수업이 생기면 좋겠다면서 다른 종교를 가진 학생들을 배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연세대 2학년 강 씨는 “학교 홈페이지에 연세대학교에 대한 설명이 충분히 돼있는 만큼, 학생들이 입학 전에 미션스쿨임을 감안하고 지원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강 씨는 채플 수업이 조금 더 중립적인 방향으로 진행됐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 설립 이념 존중하지만, 학생들 요구에도 부응해야 

고등 교육기관의 초기 설립 이념은 존중되어야 한다. 그러나 대학이 설립되던 때와 시대가 달라진 만큼 전반적인 변화 역시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교도도 기독교인도 각자가 존중받기를 바라는 만큼 상대를 존중해 주었으면 좋겠다.”

기독교인 학생과 비기독교인 학생들 모두 채플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반응은 가지각색이었지만 입을 모아 한 목소리로 존중을 이야기한다. 

채플이 어떤 식으로 변화하기를 바라냐는 질문에 서울여대 재학생 신 씨는 “채플을 필수로 수강하게 하려면 1학점이라도 학점을 주는 방향으로 변화해야 반발이 덜할 것 같다”라고 의견을밝혔다. 더불어 시간표를 자율적으로 구성할 수 있도록 채플의 분반을 늘리는 방안도 검토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화여대 재학생 김 씨는 현재 진행되는 채플은 종교적 색채가 옅어져 종교적 거부감보다는 채플을 이수해야 한다는 그 자체에서 학생들이 불편함을 느끼는 거 같다며 “코로나 시국 때처럼 비대면으로 채플이 진행된다면 기독교인이든 비기독교인이든 채플을 덜 싫어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조선 저널리즘 아카데미 2기

김하나 최영찬 공동 취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