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강생 실습기사

청년 취업난은 청년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3기 최종범)

2023-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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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포 세대. 한국 청년들이 처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단어다. 삶의 안정성을 보장받지 못한 청년들이 사랑과 자산, 심지어는 꿈과 희망까지 버리는 시대다. N포 세대가 등장한 배경에 청년 취업난은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청년들이 안정적인 삶의 요건인 좋은 일자리를 쟁취하기 위해 가장 먼저 포기해도 좋을 N개를 가려내기 때문이다. 하지만 좋은 일자리가 한정된 상황에서 모든 청년이 좋은 일자리를 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좋은 일자리의 한정된 공급, 청년들의 넘치는 수요 속에서 청년 취업난이 지속되는 이유다.


청년 취업난의 본질적 문제는 취업난의 원인을 청년 개인에게 돌리는 구조적 모순에 있다. 능력주의로 평가되는 고용 시장에서 구직 실패의 책임은 사회가 아닌 개인에게 돌아간다. 능력이 부족해서, 노력하지 않아서 등의 자책 심리가 청년 개인의 내면을 깊게 파고든다. 개인의 부족으로 간주되는 취업 실패로 청년들은 무력감을 느끼고 구직 의사를 접는다. 신변을 비관한 청년들은 사회적 고립에 빠지며, 심한 경우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취업난 문제 책임을 청년 개인으로부터 찾는 사이 사회적 책임은 사라지고, 청년들의 삶은 더욱 궁핍해진다.


개인의 책임으로 몰아가는 한정된 일자리 구조가 청년 취업난의 결정적 원인이다. 한국은 전체 기업에서 대기업이 0.1%, 중소기업은 99.9%를 차지하며 노동시장 이중구조화 현상을 겪게 됐다. 정규직, 높은 임금, 고용 안정성을 대표하는 대기업은 적은 일자리를 제공한다. 반대로 중소기업은 비정규직, 낮은 임금, 고용 불안정성 등으로 점철된 채 많은 일자리를 공급한다. 청년들은 좋은 일자리를 갖기 위해 대기업 취업을 희망하지만, 한정된 일자리가 이를 가로막는다. N포 할 수 없어 중소기업으로 눈을 돌릴 수도 없다. 청년 취업난의 문제가 단순히 개인의 책임이 아닌, 사회의 구조적 결함에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대기업이 아닌 직장에서도 안정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 차별을 철폐하는 등의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체가 해결책이 될 수 있다. 가령 스웨덴의 경우는 비정규직의 임금 수준이 정규직보다 높다. 고용 안정성이 떨어지는 대신 높은 수준의 임금을 보장한 것이다. 한국 사회에도 스웨덴과 같은 노력이 필요하다. 좋은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서 사회가 앞장서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 우리 사회에 차별 없이 일할 수 있는 일자리가 제공될 때, 청년들은 N포의 굴레와 취업난의 족쇄에서 벗어날 수 있다.


조선 저널리즘 아카데미 3기

최종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