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강생 실습기사

교권과 학생 인권(3기 류현주)

2023-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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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은 태양, 황제는 달이다’. 7세기 초 교회의 성직자 임명권인 서임권을 둘러싸고 세속권력의 정점인 황제와 교회의 정점인 교황이 대립한다. 원래 서임권은 세속 군주가 가지고 있었으나, 개혁 성향의 교황 그레고리오 7세가 서임권을 교회로 가져오고자 한다. 교황은 반발하는 세속 군주 하인리히 4세에게 파문이라는 카드를 꺼낸다. 기독교 세계에서의 파문은 사형선고나 다름없었다. 결국 황제는 교황이 머물던 카노사 성 앞에서 맨발로 걸어가 무릎을 꿇고 용서를 구한다. ‘카노사의 굴욕’이다. 결국 교황은 황제 위에 군림하게 됐고, 이 기조는 14세기까지 유지된다. 중세 교황과 황제는 권력의 파이를 두고 엎치락뒤치락 경쟁하는 관계였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말라’. 1970~80년대 교권은 맹목적이었다. 권한이 너무 컸으며, 한계나 의무를 규정짓지도 않았다. 학교에서 체벌은 일상이었다. 집에 가서 맞았다고 말하면 집에서도 더 얻어맞는 세상이었다. 이러한 현상이 사회 문제가 되어 2000년대 초 학생인권조례가 출범한다. 체벌 금지, 복장 및 두발 규정 폐지를 골자로 한다. 교권이 아닌 학생 인권이 주목 받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2010년대 이후 교권은 점점 저물고, 학생 인권은 부상했다. 태양과 달이 뒤바뀐 것이다. 수업 중 핸드폰을 하는 학생을 교사가 제지할 수도 없는 세상이 도래했다.

그렇다면 인권은 권력인가. 당연히 아니다. 따라서 교권과 학생 인권은 대립항이 아니다. 교권은 학생 인권을 침해하거나 제한할 수 있는 권력이 아니다. 그저 교사 집단의 인권이자 노동자로서의 권리일 뿐이다. 교권을 ‘교사의 권력’이 아닌 ‘교사의 인권’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교권을 회복시키겠다며 학생인권조례를 들쑤시는 것은 교사와 학생을 권력 파이 위의 양상으로 바라보는 것이나 다름없다. 단지 교사가 학생에 대해 행사할 수 있는 권력을 강화한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교권 붕괴는 곧 공교육의 붕괴를 의미한다. 여전히 과열된 경쟁 때문에 학생과 학부모는 사교육에 의존하고, 공교육은 오전을 때우는 보육시설이 된 것이다. 교육 아닌 보육을 지향하는 공교육은 교사에게는 ‘무능력’ 낙인을, 학생에게는 ‘금쪽이’ 낙인을 찍는다. 교권과 학생인권은 단순한 권력 싸움이 아니다. 그런데 우리는 여전히 이 사안을 하나의 프레임으로만 바라보려고 한다. 비극이 터지면 원흉 찾기에 몰두하는 인간의 경향성 때문일까. 이제는 원흉 뒤에 있는 원인을 찾아야 할 때다.

 

조선 저널리즘 아카데미 3기

C반 류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