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강생 실습기사

‘상대평가의 역설’ 벗어나야 교육 共榮의 길 보인다(3기 권민규)

2023-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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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전초전’이라 불리는 9월 모의고사가 끝나자 변별력을 잃었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킬러 문항’을 배제하고 공교육에 맞게 개편하라고 지시한 뒤 시행된 첫 시험이었다. 수학 표준점수 만점자가 작년 수능의 2.7배, 지난 6월 모의고사의 4배에 달했다. 킬러 문항 ‘불수능’을 피하려다 변별력 없는 ‘물수능’ 우려에 부닥친 셈이다. 시험이 어려우면 불안해서, 쉬우면 완벽한 점수를 위해서 학생들은 학원으로 몰려간다. 결국 수능 문항의 난도 조절로는 사교육 확산에 제동을 걸 수 없음이 입증됐다.


평이한 난도와 변별력이라는 두 가치의 양립 불가능성은 ‘9등급 상대평가의 역설’에서 기인한다. 1등급 4%, 2등급 7%, 3등급 11%로 구획해 학생을 평가하는 형식은 무조건적인 기준이 됐다. 다수가 시험을 망쳐서는 안 되지만, 다수가 만점을 받아서도 안 되는 모순적인 구조를 낳았다. 수능은 명칭 그대로 대학에서 수학(修學)할 능력이 있는지 확인하는 평가 방식이다. 입시 기본 소양을 확인하려는 목적으로 도입한 상대평가가, 외려 본말이 전도돼 한국 교육에 족쇄를 채워놓은 실정이다.


따라서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끊으려는 결단력을 발휘해 ‘수능 절대평가화’를 고심할 필요가 있다. 오지선다 객관식의 형태에서 과목별로 절대평가를 도입하면, 현 수능 체제를 크게 동요시키지 않고 개혁의 과도기로 이행할 수 있다. 이후에는 약술형 등 문장 형태의 문제를 편성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하다. 홍콩과 프랑스 등 해외의 입시개혁 사례를 참조해 개선을 거듭하면 채점 공정성에 있어서도 차츰 갈피를 잡을 것이다. 특히 2025년부터 ‘고교학점제’가 시행되기에, 다양한 요소를 함께 고려하면서 입시의 방향성 자체를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등급별로 학생들을 줄 세워 인재를 양성하는 방식은 과거에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희비가 엇갈리는 경쟁의 형태로 교육이 시대 변화를 따라가면서 계속 살아남을 수는 없다. 학벌이 곧 입신양명으로 귀결되던 과거는 자립형 사립고와 영재학교 문제, 전문대학과 비수도권 대학 기피 현상 등 오늘날의 병폐로 이어졌다. 지금이라도 상대평가라는 경로의존성을 버리고, 각자의 성취를 마음 놓고 기뻐할 수 있는 절대평가제를 검토해야 한다. 아울러 대학에서 요구하는 소양을 기를 수 있는 바칼로레아(IB) 수업의 시범운영 확대 등을 통해 ‘배움을 위한 입시’를 확립해야 한다. 이제는 무한경쟁 대한민국이 아닌 교육공영 대한민국을 꿈꿀 차례다.


조선 저널리즘 아카데미 3기

권민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