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적 공감대 없는 ‘홍범도 흉상 이전’, 발상부터 틀렸다(3기 장예지)

2023-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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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방부에서 전방위적으로 ‘홍범도 흔적 지우기’에 나서고 있다. 육군사관학교와 국방부 청사 내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추진에 이어 해군 ‘홍범도함’ 함명 변경론까지 나왔다. 나아가 국립 대전현충원 앞 ‘홍범도장군로’ 도로명 폐지까지 거론되면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불과 2년 전 홍범도 장군이 서거 78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왔다며 정부가 엄숙한 유해 봉환식을 거행하고 국민들도 기뻐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국민들은 당혹스럽다. 어떻게 하루아침에 존경받던 ‘독립운동가 홍범도’에서 ‘논란의 중심인 홍범도’로 전락했을까.

국방부에서 흉상 철거를 추진하는 이유 중 하나는 홍 장군의 공산당 가입 경력 때문이다. 홍범도 장군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활동하던 1927년 소련 공산당에 가입했다. 그러나 이런 사실이 흉상을 옮기는 이유가 되는 건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당시 독립운동가들이 소련이나 중국 공산당에 입당하거나 활동한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일제강점기에는 우리나라, 우리 땅이 없었다. 공산당 가입이 독립운동을 위한 선택이었던 경우도 있었다.

중요한 것은 공산당 가입 여부가 아니라, 공산주의 사상을 추종했는지의 여부이다. 홍범도 장군은 광복2년 전인 1943년 서거했다. 대한민국 건국을 부정하거나 북한 공산주의 건설을 위해 활동한 흔적이 없다. 시대적 상황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홍범도 장군은 모든 국민이 수십 년에 걸쳐 항일독립투쟁 역사의 자랑스런 쾌거로 교육받아 온 봉오동과 청산리 전투의 영웅이다. 그런 영웅의 흉상을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지도 않았는데 이전한다는 것은 매우 잘못된 발상이다. 이번 건은 여야의 문제가 아니다. 여당 의원 다수도 홍범도 흉상 이전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다수 국민도 마찬가지다. 평생을 독립운동의 영웅으로 배워온 홍범도 장군이 하루아침에 공산주의자로 평가되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일 국민이 어디 있겠는가.

국방부는 홍 장군 흉상 이전을 “군의 정체성을 바로잡기 위한 정상화 조치”라고 말한다. 그러나 육사 내의 흉상을 이전해야 할 정도로 홍 장군의 전력에 문제가 있다면, 그럴수록 정부 단독으로 결정해선 안 된다. 역사학자와 관련 단체 의견을 듣고 공론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외부 학계와 협의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는 국방부 입장은 위험한 생각이다. 역사적 인물을 판단하는 건 정치인이 아니라 역사가를 비롯한 우리 사회의 지식 사회의 몫이다. 나라가 갈수록 퇴보하는 느낌이 든다. 지금이 이념 논쟁할 때인가. 정부는 철 지난 이념 논쟁은 뒤로 하고 실질적인 경제와 민생을 챙겨야 한다.

 

조선 저널리즘 아카데미

3기 장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