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의 SNS 정치 발언’, 사법부 불신 자초한다(3기 양유라)

2023-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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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판사가 재판을 할 때 똑같이 입는 법복은 공정, 지혜, 양심을 의미한다. 법복이 검은색인 것도 어떤 색과 섞여도 변하지 않는 색이어서 다른 것들에 물들지 않는 공정함을 상징하기 위한 것이다. 즉, 판사에게 요구되는 가장 중요한 덕목은 ‘공정함’이다. 그러나 판사가 본인의 정치적 성향을 SNS에 드러낸다면, 공정함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깨뜨릴수 있으므로 제한되어야 한다.

판사의 정치적 견해를 SNS를 통해 표출한다면 실제 재판의 공정함과는 무관하게 재판 관련자들과 일반 시민들의 의심을 받을 수 있다. 재판을 어떤 판사가 맡아도 동일한 판결이 나올 것이라는 국민의 믿음은 법원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이다. 그렇기에 판사 개인의 정치적 성향과 같은 민감한 내용을 사회의 불특정 다수에게 드러내는 것은 법원의 가치를 깎아내리는 일이다.

재판에서 판사의 정치적 성향에 대한 관심이 과도하게 집중되면 재판의 본질보다는 판사의 개인적 성향에 더 집중하게 된다는 문제가 있다. 얼마 전 여당 국회의원에 대한 재판에서 일반적 형량보다 무거운 실형을 선고한 박병곤 판사가 과거 SNS에 친 민주당 성향의 정치적 견해를 밝힌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많은 사람들은 해당 사건의 내용보다 판사의 정치적 성향에 주목했다. 판사가 과거 SNS에 정치 관련 글을 올리지 않았더라면 그가 내린 판결의 정당성이 이렇게 의심받지는 않았을 것이다 해당 사건으로 박병곤 판사는 더 이상 ‘공정한 판관’이 아니라 본인의 정치적 성향을 잣대 삼아 같은 사건의 판결도 다르게 내릴 수 있는 사람으로 의심받게 되었다. 판사에 대한 선입견이 생긴 이상, 앞으로 그가 맡은 많은 재판에서도 시작부터 불공정 시비가 일어날 수 있게 됐다. 그렇기에 법원의 위상과 신뢰를 지키기 위해서는 판사가 판결의 신뢰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내용을 SNS에 올리지 않도록 법원이 자체적으로 통제할 필요가 있다.

판사는 법정 안에서 자신의 개성을 숨기고 오로지 사실 관계만을 가지고 판결을 해야 할 의무가 있다. 뿐만 아니라 재판 당사자들에게 자신이 판사로서의 의무를 지켰다는 확신 또한 주어야 한다. 시민들이 판사의 공정성을 믿어야 재판 결과에 승복할 수 있고 이것이 원활하게 사법체계가 굴러갈 수 있도록 하는 원동력이 된다. 이 굴레가 잘 굴러갈 수 있도록 판사는 국민들이 조금이라도 공정성에 의구심을 가질 만한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


조선 저널리즘 아카데미 3기

양유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