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파민이 쓴 편지...“나는 억울하다”(3기 이유진)

2023-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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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7. XX. XX>

[속보] 영국 런던 런웰원 캐슬린 몬터규 연구실에서 쾌감 전달 호르몬 ‘도파민’ 발견. 쾌감이나 즐거움 관련 신호 전달하는 ‘행복 물질’

<2023. XX. XX>

[헤드라인] “혹시 너도 도파민 중독?” 도파민 과다 분비 시, 집중력 낮아지고 자극만 찾게 돼

 

-나는 도파민이다.

 

뇌의 신경세포에서 만들어지는 행복 물질, 그게 바로 나다. 나는 인간에게 쾌감과 즐거움, 동기를 준다. 불타는 사랑을 할 때, 꼭 성공시키고 싶은 프로젝트를 할 때, 제대로 쉴 때 모두, 인간에겐 내가 필요하다. 누가 거부할 수 있겠는가. 예측 불가능한 일들을 갈망하도록 설계된 인간 종족에게 난 떼어낼 수 없는 영혼의 단짝이다.

자칭, 타칭 행복 호르몬이지만 요즘 들어 그 명성에 금이 가고 있는 것 같다. ‘도파민 중독.’ 마치 마약처럼, 요즘 내 이름 뒤엔 꼭 ‘중독’이란 수식어가 따라온다. 행복과 중독이라니, 양립할 수 없는 두 단어의 결합이 나를 마약 같은 존재로 전락시켰다.

 

-나는 억울하다.

 

하지만 난 억울하다. 나는 인간들을 일부러 중독시킨 적이 없다. 그저 알량한 인내심을 가진 인간들이 나를 방패막이로 쓸 뿐이다. 담배, 마약, 술 같은 중독성 물질부터 SNS, 쇼핑, 도박 등 중독적 행위까지. 현대 사회엔 자극이 넘쳐난다. 짧고도 강렬한 자극이다. 그런 중독적인 것들이 욕망회로를 자극해 나를 과하게 유발한다.

 

-나는 범인을 알고 있다.

 

그런 세상을 만든 건 인간들이었다. 왜? 중독은 돈이 되니까. TV만 틀어도 주류 광고가 나오고, 클럽에 가면 모르는 사람이 마약을 권한다. 특히 디지털 도파민의 성지, SNS는 산업 구조 자체가 일상에 도파민을 주입하는 메커니즘이다. 유튜브의 쇼츠, 인스타그램의 릴스, 스냅챗의 스포트라이트. 그 안의 기절 챌린지 같은 짧고 강렬한 콘텐츠가 자극에 내성을 심었다. 이미 중독된 이들에겐 스토리와 맥락 파악은 더없이 귀찮은 일. 대한민국은 성인 절반 이상이 1년에 책 한 권도 읽지 않는 나라가 됐다. 그렇게 거대한 중독 시장을 이룩해 놓고, 사회가 병드니 내 탓을 한다. 묘한 일이다.


조선 저널리즘 아카데미 3기

이유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