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을 죽이면 죽음으로 배상한다.” 고조선 시대의 법률인 ‘8조법’에선 살인을 하면 당연히 목숨으로 되갚도록 했다. 당대 형벌의 상식은 응보적 사법이었다. 현대에 이르러 형벌보다는 범죄 자체를 예방할 필요성이 강조되고, 인권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응보 일변도의 형벌은 근대의 유물이 되었다.
하지만 21세기 한국에는 철 지난 응보 감정이 부활하고 있다. 지난여름 잇단 이상동기 흉악범죄가 잇따르자, 흉악범들에 대한 사형 집행을 재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것이다. 범죄 발생 요인을 찾아 해결하기보다 잠재적 범죄요인을 영원히 사회에서 제거하는 데 모든 사법 자원이 집중되고 있다.
사형은 구시대의 유물이다. 게다가 사형은 그 효용성도 지극히 낮다. OECD 가입국 중 사형 집행국은 일본과 미국뿐이다. 하지만 사형제의 범죄 예방 효과는 제각각이다. 일본은 10만명 당 의도적 살인 희생자 수가 OECD 가입국 중 최하위이지만, 미국은 전체에서 네 번째로 높다(2021년 기준). 사형제를 사실상 폐지한 한국도 과거 사형제로 범죄 예방 효과를 크게 보지 못했다.
이유는 이상동기 흉악범들이 애초에 처벌 자체에 대한 두려움이 높지 않은 데 있다. 이들은 이성적 판단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분노나 원한 등의 감정을 표출하기 때문이다. 생명을 완전히 앗아가는 고강도 형벌이 부활하더라도 지난 7월 발생한 신림역 칼부림과 유사한 사건이 다시 발생하지 않을 것이란 보장이 없다.
하지만 사형 재개로 국가의 근본 가치가 전보다 퇴보할 것은 분명하다. 사형제를 폐지해야 하는 이유는 피해자보다 범죄자의 인권을 더 보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인권 자체에 대한 국가적 인식을 높이기 위함이다. 이를 통해 어떤 상황에서도 국가는 국민의 생명 수호를 최우선 가치에 둔다는 원칙을 바로 세울 수 있다.
여론은 사건에 즉흥적으로 대응하는 경향이 크다. 사형제 부활 찬성론이 국민의 80% 이상이라고 해서 바로 사형 재개를 결정해선 안 된다. 기실 피해자 또는 주변인들의 인권 보호를 위한다면 범인에 대한 공적 복수보다 피해자의 일상을 회복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 동일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범죄 통계화 작업도 필요하다. 현재 대응책은 미약한 수준이다. 흉악범죄는 ‘묻지마’ 범죄로 통칭된다. 사건 원인 분석은 없고 사회적 불안감만 나날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범죄자를 응징하고 난 다음 어떤 미래를 만들 것인가, 이성적 숙고가 필요하다.
조선 저널리즘 아카데미 3기
이주영
“다른 사람을 죽이면 죽음으로 배상한다.” 고조선 시대의 법률인 ‘8조법’에선 살인을 하면 당연히 목숨으로 되갚도록 했다. 당대 형벌의 상식은 응보적 사법이었다. 현대에 이르러 형벌보다는 범죄 자체를 예방할 필요성이 강조되고, 인권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응보 일변도의 형벌은 근대의 유물이 되었다.
하지만 21세기 한국에는 철 지난 응보 감정이 부활하고 있다. 지난여름 잇단 이상동기 흉악범죄가 잇따르자, 흉악범들에 대한 사형 집행을 재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것이다. 범죄 발생 요인을 찾아 해결하기보다 잠재적 범죄요인을 영원히 사회에서 제거하는 데 모든 사법 자원이 집중되고 있다.
사형은 구시대의 유물이다. 게다가 사형은 그 효용성도 지극히 낮다. OECD 가입국 중 사형 집행국은 일본과 미국뿐이다. 하지만 사형제의 범죄 예방 효과는 제각각이다. 일본은 10만명 당 의도적 살인 희생자 수가 OECD 가입국 중 최하위이지만, 미국은 전체에서 네 번째로 높다(2021년 기준). 사형제를 사실상 폐지한 한국도 과거 사형제로 범죄 예방 효과를 크게 보지 못했다.
이유는 이상동기 흉악범들이 애초에 처벌 자체에 대한 두려움이 높지 않은 데 있다. 이들은 이성적 판단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분노나 원한 등의 감정을 표출하기 때문이다. 생명을 완전히 앗아가는 고강도 형벌이 부활하더라도 지난 7월 발생한 신림역 칼부림과 유사한 사건이 다시 발생하지 않을 것이란 보장이 없다.
하지만 사형 재개로 국가의 근본 가치가 전보다 퇴보할 것은 분명하다. 사형제를 폐지해야 하는 이유는 피해자보다 범죄자의 인권을 더 보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인권 자체에 대한 국가적 인식을 높이기 위함이다. 이를 통해 어떤 상황에서도 국가는 국민의 생명 수호를 최우선 가치에 둔다는 원칙을 바로 세울 수 있다.
여론은 사건에 즉흥적으로 대응하는 경향이 크다. 사형제 부활 찬성론이 국민의 80% 이상이라고 해서 바로 사형 재개를 결정해선 안 된다. 기실 피해자 또는 주변인들의 인권 보호를 위한다면 범인에 대한 공적 복수보다 피해자의 일상을 회복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 동일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범죄 통계화 작업도 필요하다. 현재 대응책은 미약한 수준이다. 흉악범죄는 ‘묻지마’ 범죄로 통칭된다. 사건 원인 분석은 없고 사회적 불안감만 나날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범죄자를 응징하고 난 다음 어떤 미래를 만들 것인가, 이성적 숙고가 필요하다.
조선 저널리즘 아카데미 3기
이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