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강생 실습기사

[르포] 우리가 나눈 환경감수성, 30년 뒤엔 모두에게 (2기 김동주, 정나윤)

2023-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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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우리가 나눈 환경감수성, 30년 뒤엔 모두에게


“덩 덕덕 쿵덕쿵…” 2023년 3월 24일 금요일 정오 광화문 네거리에 휘모리 장단이 울려퍼졌다. 민요 가락에서 가장 빠른 장단이다. 점심 식사를 해결하러 이동하던 사람들이 구성진 가락에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풍물 치배들을 한번, 치배 옆 아기자기한 피켓과 현수막을 한번 들여다보고 지나간다. 검은 사제복을 입은 신부와 회색 베일을 쓴 수녀, 그리고 봉사자들이 함께한 가톨릭 기후행동(GCMM) 주최 154번째 금요기후행동은 시민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환경친화’ 기후행동… 피켓도 조끼도 재활용

조끼도 피켓도 환경친화적이었다. 무채색 옷 위 흰색 무명 조끼엔 알록달록 글씨가 물들어 있었다. 손에 들린 피켓도 마찬가지였다. 박스를 잘라 만든 패널엔 색연필과 파스텔로 그림과 문구를 그려 넣었다. 천으로 만든 현수막에도 색색깔 퀼트로 문구를 새겨넣었다.


“시위 하고 버려지는 피켓들이 아까웠어요.” 안남옥(세례명 크리스티나) 씨가 맥락을 설명했다. 안 씨는 초창기인 2020년부터 금요기후행동과 함께해온 자원봉사자다. “어떻게 피켓을 재활용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박스를 찾았어요. 물론 종이는 물감이 묻거나 뭘 이렇게 쓰면 재활용이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이게 낫다고 생각했어요. 물감 뭍은 부분만 뜯어내서 버리면 되니까요.” 안 씨는 환경에 환경을 생각하면서도 재활용이 불가능해 버려야 하는 박스 겉면을 보며 안타까워하는 사람이었다.


택시 기사도 보낸 관심… 일상에 ‘환경 감수성’ 녹이기

금요기후행동엔 어떤 마음으로 참여하고 있었을까. 우선 가족 걱정, 미래 걱정이었다. “내가 이래봬도 70이 넘었는데(웃음), 옛날에 보면 아이들이 겨울에 다니면서 고드름도 먹고 눈도 먹고 했거든요. 그런데 요새는 못 그러잖아요. 지금 그러면 큰일나죠. 그래서 손주들을 위해서 미래 환경을 지켜주자는 마음에서 참가하게 됐습니다.”


자부심도 보였다. 시민들이 환경 보호라는 가치에 녹아들게 하고 있다는  뿌듯함이었다. “아무도 관심없어 보이지만 피켓팅은 우리 일상의 환경 감수성을 깨워주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많이들 보고 가거든요. 환경 보호가 일상에 스며드는 거죠. 한번은 시위를 하고 택시를 탔는데 기사 분이 시위에 어떻게 참여할 수 있냐고 물어보더라고요. 금요기후행동 연락처를 알려드렸죠. 다들 관심 없는 것처럼 지나가지만, 이렇게 관심 갖고 참여하러 오는 사람들이 많아요.” 


“환경이 나빠질 때의 최대 피해자는 없는 사람, 못 사는 사람”

지난해 한국 금요기후행동은 가톨릭 기후 환경 대상을 수상했다. 생태적 회심을 실천하고 삶의 방식을 친환경적으로 바꿨다는 점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금요기후행동의 온건한 방식에 뒤따른 아쉬움도 적지만은 않다. 


최디냐 수녀는 환경 문제가 심각성에 비해 주목받지 못하는 상황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환경에 대한 인식이 빨리 바뀌어야 해요. 언론에서 너무 다루지 않고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환경이 나빠질 때의 최대 피해자는 없는 사람, 못 사는 사람입니다. ‘난방비 대란’도 그렇고요.” 


‘난방비 대란’이란 2022년 겨울 난방비가 40% 가까이 급등했던 일을 일컫는다. 모두가 고통을 받았지만, 가처분소득이 낮아 난방을 제대로 때기 어려운 저소득층이 특히 생존에 위협을 받는 상황이었다.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단이 마땅치 않은 ‘약자’가 가장 먼저 피해를 입는 상황이 앞으로 계속될 수 있는데, 변화가 빠르게 이뤄지지 않아 안타깝다는 설명이었다.


지구에 붙은 불 관망할 수 없어 … 결국엔 변화 이끌어 낼 것

그럼에도 최 수녀는 상황을 마냥 지켜볼 수 없었다고 말한다. 지금 당장은 성과를 내기 어려워도, 삶의 터전을 지켜야 한다는 일념이 있었기에 금요기후행동이 3년 넘는 시간 꾸준히 이어져왔다는 설명이었다. “툰베리가 말한 것처럼 타고 있는 불을 우리가 그냥 지켜볼 수만 없어서 나온 거예요.” 


그레타 툰베리는 스웨덴 환경운동가로, 2018년 기후위기 대응에 미온적인 세계 각국과 정치권을 비판하기 위해 등교 거부 시위를 시작했다. ‘기후를 위한 학교 파업(Skolstrejk För Klimatet)’이었다. 툰베리의 시위는  ‘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 for future)’이라는 대중 운동으로 이어지며 스웨덴 정부 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이 기후 위기 대응을 강화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30년 전엔 에코백·텀블러 없었어... 결국 환경보호로 가는 과정”

금요기후행동을 이끄는 강승수(세례명 요셉) 신부는 자신들이 광화문 광장을 거니는 사람들에게 ‘환경 감수성’을 일깨우고 있다고 확신했다. 다만 툰베리가 가시적이고 급진적인 방식으로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했다면, 자신들은 비가시적이지만 꾸준한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환경 문제를 일깨운다는 믿음이었다. 


“30년 전부터 환경 보호를 외쳐왔던 분들은 에코백, 텀블러를 주장해왔어요. 그때는 반응이 없었고 특이하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누구나 필요성을 느끼고 인정하고 있잖아요. 결국 티만 안나지 환경보호로 가고 있는 과정이라고 봅니다. 당장의 변화에 기뻐하고 슬퍼하는게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꾸준해야 하는 이유죠.”


일상을 살아가다보면 환경 보호 인식은 점차 희미해지고 만다. 귀찮아서, 설거지하지 않아서, 바빠서 두고 나온 텀블러 대신 일회용 컵을 사용하며 환경을 잊는다. 금요기후행동은 그렇게 잊혀가는 환경보호 인식을 현실로 다시 가져오는 역할을 한다.


환경을 지키자는 평화로운 시위의 메시지는 점차 우리의 일상으로 스며들고 있다. 광화문을 오가며 금요기후행동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뒤돌아 본 수많은 사람들이 바로 그 증거다. 조금씩 깨어난 이들의 환경 감수성은 결국 세상에 닿아 더 나은 환경을 위한 발걸음이 될 것이다.


조선 저널리즘 아카데미 2기

김동주, 정나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