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색깔’로 바라보면 이해하기 쉽다. 보수진영은 붉은색, 진보세력은 푸른색으로 대표된다. 지난 대선 선거운동 시기에 한 지역의 운동 경기에 참여했을 때 이런 구분은 뚜렷했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만큼 선거운동 단원도 많았기 때문이다. 빨간 옷, 파란 옷, 노란 옷을 입은 사람들이 구호를 외치며 분주하게 움직였다. 이는 즉 색깔로 ‘우리 편’이 누군지를 드러내는 방법이었다. 이렇게 정치를 색으로 단순히 떠올릴 수 있는 건 그만큼 진영이 뚜렷하게 나뉘어있다는 사실이기도 했다. 그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어떨까. “빨간색도, 파란색도 싫어.” 지난 대선 유권자로서 언론 인터뷰에 응한 시민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 사회가 하나의 색으로 물드는 것을 피해야 한다면, 어떤 길로 가야할까. 흔히 중간지대는 ‘회색’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사회 발전을 모색했던 학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그 답은 옳지 않다. 영국 사회학자 앤서니 기든스의 ‘제3의 길’이 그렇다. 전통적인 좌파와 우파가 아닌 실용주의적인 노선을 제시했다.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복지의 발전도 필요하다고 얘기했다는 것. 그의 노선은 하나의 색도, 회색도 아닌 ‘무지개색’에 가깝다. 단순히 양 진영의 중간에 서자는 게 아니라 기술 발전, 전통적 가족제도 붕괴, 인구 변화 등 급변하는 사회를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보고 그에 맞는 새로운 길을 가야 한다는 제안이핵심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가 가야 할 길이 ‘무지개색’이라면 현재는 어느 길을 향하고 있는가. MZ 세대는 ‘무(無)색 지대’를 걷고 있다. 최근 2030 변호사를 주축으로 ‘새변’, MZ세대 노동조합인 ‘새로고침 노동조합’ 등 새로운 단체가 등장하고 있다.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현실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하는 게 공통적인 목표다. 앤서니 기든스의 주장은 진보와 보수의 이해관계를 점검하여 현대 사회에 맞는 길을 걷자는 것이지, 아예 정치에서 벗어나자는 뜻이 아니었다. 그래서일까. 새로 떠오른 MZ 단체의 이야기는 어딘가 ‘빨강도 파랑도 싫다. 투표하기 싫다’는 유권자의 말과 유사하게 들린다.
MZ세대 안에서 양 진영의 ‘일장일단’을 공론장으로 끌어와 성숙한 민주사회로 발전시킬 단체가 나와야 한다. 외면은 답이 아니다. 진화생물학의 관점은 그 이유를 보충해 준다. 진화생물학은 인간 사회가 다른 종과 달리 문명을 이루고 발전할 수 있었던 이유를 과학적으로 증명했다. 그중 하나의 개념이 ‘표지(標識)’다. 진화생물학자 마크 모펫은 인간은 공동체에서 특정한 ‘표지’를 공유하며 사회를 발전시켰다고 말한다. 작게는 인사 예절부터 크게는 사회적 언어, 정치까지 우리가 공유하는 표지다. 표지의 차이를 수용하고 갈등과 화합을 거쳐 인간 사회가 확장했다는 것이다. MZ 세대는 각 정치 진영에서 통용되는 표지를 수용해 새롭게 공유할 가치를 만들어내야 한다. 단색이 아닌 무지개색, 일방적 소음이 아닌 합주곡이 필요할 때다.
조선 저널리즘 아카데미 2기
김수아
정치는 ‘색깔’로 바라보면 이해하기 쉽다. 보수진영은 붉은색, 진보세력은 푸른색으로 대표된다. 지난 대선 선거운동 시기에 한 지역의 운동 경기에 참여했을 때 이런 구분은 뚜렷했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만큼 선거운동 단원도 많았기 때문이다. 빨간 옷, 파란 옷, 노란 옷을 입은 사람들이 구호를 외치며 분주하게 움직였다. 이는 즉 색깔로 ‘우리 편’이 누군지를 드러내는 방법이었다. 이렇게 정치를 색으로 단순히 떠올릴 수 있는 건 그만큼 진영이 뚜렷하게 나뉘어있다는 사실이기도 했다. 그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어떨까. “빨간색도, 파란색도 싫어.” 지난 대선 유권자로서 언론 인터뷰에 응한 시민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 사회가 하나의 색으로 물드는 것을 피해야 한다면, 어떤 길로 가야할까. 흔히 중간지대는 ‘회색’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사회 발전을 모색했던 학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그 답은 옳지 않다. 영국 사회학자 앤서니 기든스의 ‘제3의 길’이 그렇다. 전통적인 좌파와 우파가 아닌 실용주의적인 노선을 제시했다.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복지의 발전도 필요하다고 얘기했다는 것. 그의 노선은 하나의 색도, 회색도 아닌 ‘무지개색’에 가깝다. 단순히 양 진영의 중간에 서자는 게 아니라 기술 발전, 전통적 가족제도 붕괴, 인구 변화 등 급변하는 사회를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보고 그에 맞는 새로운 길을 가야 한다는 제안이핵심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가 가야 할 길이 ‘무지개색’이라면 현재는 어느 길을 향하고 있는가. MZ 세대는 ‘무(無)색 지대’를 걷고 있다. 최근 2030 변호사를 주축으로 ‘새변’, MZ세대 노동조합인 ‘새로고침 노동조합’ 등 새로운 단체가 등장하고 있다.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현실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하는 게 공통적인 목표다. 앤서니 기든스의 주장은 진보와 보수의 이해관계를 점검하여 현대 사회에 맞는 길을 걷자는 것이지, 아예 정치에서 벗어나자는 뜻이 아니었다. 그래서일까. 새로 떠오른 MZ 단체의 이야기는 어딘가 ‘빨강도 파랑도 싫다. 투표하기 싫다’는 유권자의 말과 유사하게 들린다.
MZ세대 안에서 양 진영의 ‘일장일단’을 공론장으로 끌어와 성숙한 민주사회로 발전시킬 단체가 나와야 한다. 외면은 답이 아니다. 진화생물학의 관점은 그 이유를 보충해 준다. 진화생물학은 인간 사회가 다른 종과 달리 문명을 이루고 발전할 수 있었던 이유를 과학적으로 증명했다. 그중 하나의 개념이 ‘표지(標識)’다. 진화생물학자 마크 모펫은 인간은 공동체에서 특정한 ‘표지’를 공유하며 사회를 발전시켰다고 말한다. 작게는 인사 예절부터 크게는 사회적 언어, 정치까지 우리가 공유하는 표지다. 표지의 차이를 수용하고 갈등과 화합을 거쳐 인간 사회가 확장했다는 것이다. MZ 세대는 각 정치 진영에서 통용되는 표지를 수용해 새롭게 공유할 가치를 만들어내야 한다. 단색이 아닌 무지개색, 일방적 소음이 아닌 합주곡이 필요할 때다.
조선 저널리즘 아카데미 2기
김수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