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의 지속 가능성 (1기 권아현)

2022-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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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저널리즘 아카데미 1기 수료생들이 수업 시간에 작성한 실습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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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의 지속 가능성


편의점 아르바이트는 이른바 '멀티'가 가능한 일이다. '딸랑' 소리가 귀에 들리면 입에서는 '어서 오세요' 라는 말이 튀어 나온다. 손님 인기척이 멀어지면 왼손이 삼각김밥을 집어든다. 오른손은 토익 교재에 등장한 낯선 영어 단어의 뜻을 찾는다.


계산대에 컵밥이 올라왔다. 시계를 흘깃 보니 이 손님을 마지막으로 오늘 일도 끝이다. 손님은 내 또래로 보이는 얼굴이다. 이어폰을 귀에 꽂고 눈으로는 프린트물을 읽고 있다. 맞아, 나도 교양 과목 공부 해야 하는데. 중얼중얼 뭔가를 외우는 듯 편의점을 나서는 뒤통수를 보며 자극을 받는다.


계산대를 정리하다가 방금 손님이 두고 간 신용카드를 발견했다. 쫓아갈까 하다가 그만뒀다. 찾으러 오겠지. 휴대폰 충전기를 뽑자 화면에 기분좋은 글자들이 떠올랐다. ‘100% 충전되었습니다.’ 나 역시 생활비와 공부 시간,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알뜰살뜰 대학생 모드로 충전된 채 집으로 향한다.


내일까지 교양과목 리포트를 제출해야 한다. 인턴 지원할 회사에 자기소개서와 이력서도 보내야 한다. 이번주 주말에는 토익 시험이 있다. 할 일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이미 방전된 느낌이다. 에라 모르겠다 하는 심정으로 웹서핑을 하는데 뜻밖의 정보를 알게 됐다. "휴대폰 배터리 꿀팁. 100% 충전 상태를 유지하면 오히려 수명이 줄어들고 고장나기 쉽습니다."


문득 마지막 손님이 뭔가에 열중하다가 잊고 간 신용카드가 떠올랐다. 나도 그 손님도 ‘100%’를 고집하다가 조금씩 고장이 나고 있는 것 아닐까. ‘100%의 순간’은 있을 수 있지만 100%가 지속될 수는 없다. 가끔은 일부러 방전의 시간을 가져도 좋을 것이다. 그래야 재충전의 기쁨도 맛볼 수 있을 테니까.


조선 저널리즘 아카데미 1기

권아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