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팩트 맞아?"… 시시포스적 헌신·반복이 만든 저널리즘
윤석민·배진아 교수, 조선일보 5개월 참여관찰로 쓴 '저널리즘 연구'
곽아람 기자
입력 2025.03.05. 01:13업데이트 2025.03.05. 11:09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와 배진아 공주대 영상학과 교수가 함께 쓴 ‘저널리즘 연구’(전 2권·사회평론)는 끊임없이 묻는다. 저널리즘이란 무엇인가? 저자들은 이 의문에 답하기 위해 2021년 10월 1일부터 2022년 2월 18일까지 약 5개월간 조선일보 편집국 일원이 되어 현장 참여 관찰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가 끝난 후 3년 만에 나온 책의 맨 첫 장에 이런 헌사가 적혔다. ‘언론을 지키는 모든 이들에게.’ 그와 함께 저자들은 이런 결론을 내렸다. “‘이거 사실 맞아?’ 그게 사실상 연구자들이 현장에서 확인한, 언론이 추구하는 가치의 모든 것이었다. 그게 저널리즘이었다.”
◇언론 위기 극복 방안 모색
저자들의 연구를 촉발한 힘은 ‘위기감’이다. 소셜미디어, 온라인 매체 등에 밀려 신문·방송 등 전통적인 미디어가 힘을 잃어가는 와중에 뉴스 자체가 불신을 넘어 회피의 대상이 되고 있는 상황이 우려됐다. 이런 상황에서 저자들이 택한 방법은 현장 참여 관찰 연구였다. “그동안 한국 사회에서 뉴스 생산에 관한 연구는 제도와 텍스트에 관한 연구, 그리고 현장에 대한 규범적 연구로 귀결되었다. 현실에 기반한 연구가 아닌 당위에 기반한 연구, 객관적 평정이 아닌 열정(정의감이나 분노)에서 출발한 연구, 필요한 연구가 아닌 가능한 연구를 한 결과였다. 이를 통해 학계는 한목소리로 언론의 문제를 비판하는 주장을 양산했다.”
오후 편집회의서 지면 계획 논의 - 저자들의 현장 참여 관찰 연구 당시 조선일보 편집국 오후 2시 편집회의 장면. 주용중 당시 편집국장(현 TV조선 대표·오른쪽에서 둘째)을 중심으로 각 부서 부장들이 지면 계획을 논의하고 있다. 코로나 시기라 모두 마스크를 착용했다. /오종찬 기자
이런 성찰을 토대로 저자들은 규범적인 언론 개혁이 아닌 실제적인 언론 위기 극복 방안을 모색하고자 현장 참여 관찰 연구를 택한다. 언론 위기의 실천적 대안은 뉴스 생산 현장에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저자들은 ‘언론인의 헌신’과 ‘사실 확인의 규범 준수’에 대한 노력이야말로 언론 위기 극복의 희망임을 확인한다.
책은 크게 두 파트로 나뉜다. 1권 ‘뉴스의 생산’은 기자들의 취재 및 발제에서 시작해 전체 지면 편집 과정으로 종료되는 뉴스 생산 과정을 다룬다. 연구진은 일선 기자들의 기사 발제, 편집회의, 지면 편집 공정 등을 관찰하고, 기자들의 취재 현장을 동행하고, 판별 지면 데이터 내용을 분석했다. 2권 ‘뉴스의 생산자’에선 기자들과 데스크, 사주(社主), 주필, 논설위원, 전직 기자 등을 심층 인터뷰했다. 심층 인터뷰 참여자 수는 46명, 총 인터뷰 횟수는 49회였다.
◇특종보다 팩트가 우선
‘언론의 원형을 보여주는 부서.’ 사회부에 대한 밀착 관찰을 마친 후 저자들이 내린 결론이다. 이들은 1주일간 편집국 및 사회부의 모든 회의에 참석하며 사회부의 일상을 관찰했다.
저자들은 특히 뉴스가 되는 것과 되지 않는 것을 걸러내는 ‘게이트 키핑 과정’에 주목했다. 뉴스 가치의 최우선은 특종이 아니라 ‘팩트’였다. “사회부 내에서 뉴스 아이템을 선택하는 최우선의 기준은 ‘재미’와 ‘새로움’이지만, 특종보다는 사실 확인을 더 중요한 뉴스 가치로 삼는다.” 기자들은 “연구진이 옆에서 지켜보며 기록하는 것조차 힘들 정도로” 팩트를 확인했다. “사실 확인에 있어서 반복적으로 기사 내용을 검토하는 것 말고 다른 비법은 없다.”
신문 제작에 투입되는 기자들의 노동량이 엄청나다는 것도 저자들이 연구 과정에서 깨달은 사실이다. 오전 9시 40분 디지털 회의, 10시 12분 오전 편집국 회의, 10시 25분 사회부 회의, 오후 2시 23분 오후 편집국 회의, 2시 43분 사회부 회의, 5시 36분 51판(지방판) 편집회의, 6시 16분 사회부 회의, 9시 20분 52판(서울 및 수도권판) 편집회의…. 2021년 12월 27일 월요일, 저자들이 관찰하며 기록한 사회부 일과다.
“하루를 이렇게 보냈다고 해서 여유를 갖고 며칠 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계속 바위를 밀어 올려야 하는 시시포스의 운명처럼 동일한 강도의 뉴스 노동이 다음 날도 이들을 기다린다. 개인 삶의 많은 부분을 포기한 이 지독한 헌신을 통해, 이들은 이상적 규범주의자들이 비판하듯 완벽하지도 편향으로부터 자유롭지도 않지만, 주어진 조건 속에서 최선이라 할 수 있는 ‘사회적 현실의 재구성’ 작업을 수행한다.”
◇정치부 뉴스는 데스크가 주도
“정치부는 편집국의 심장이고 뉴스 생산의 중심이다. 정치부 밀착 관찰은 그 중심의 중심에 데스크들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저자들이 정치부 밀착 관찰을 통해 내린 결론이다.
정치부 데스크들이 주도하는 기사 생산에 있어서도 팩트의 중요성이 무엇보다 강조되고 심지어 데스크가 직접 나서 확인한다. “하지만 이들의 역할에는 다른 데스크들에게서 찾아볼 수 없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 이들의 작업은 팩트 전달을 넘어서는 정치 현상의 해석과 판단을 지향한다.”
데스크 주도의 뉴스 생산은 파편적 팩트가 아닌 맥락을 짚는 게 생명인 정치 뉴스의 품질을 극대화하는 생산 방식이지만, 한편 ‘정치의 영역에 사실이 존재할 수 있는가’라는 근원적 질문과 연관된다. 정치부 데스크들은 언론사 내외부에서 공히 정치 기사가 내포하는 편향의 주범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저자들은 “하지만 연구자들이 현장에서 목도한 정치부 데스크들의 역할은 한마디로 재단할 수 없는 것이었다”고 적었다. “그들은 정치권의 어느 한쪽을 편들기보다는 정치판 전체를 거시적으로 조망하는 존재들이었다. 이들은 해석과 판단의 영역에 속한 정치 뉴스를 생산함에 있어서 기사의 편향을 방지하고 균형을 맞추려 애썼다.”
◇“소수자 더 적극적으로 끌어안아야”
지면 데이터 분석 결과 조선일보 기사의 한계도 드러났다. “뉴스 생산자들은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 집단을 배제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지도 않는다. 그들이 주목하는 것은 다수가 공유하는 열망, 합리성, 믿음, 목표, 삶의 방식이다.”
저자들이 관찰한 바에 따르면 기사 아이템을 선정할 때 데스크들이 가장 많이 던지는 질문인 ‘재미있는가?’는 일반 독자들을 겨냥한다. 저자들은 이 준거가 되는 ‘일반 독자’의 개념에 확장성이 필요하다고 말한다.“뉴스 생산자들의 준거가 되는 일반 독자의 개념은 사회적 소수를 끌어안는 다원주의로까지 나아가지 않고, 일반 대중을 엘리트 위에 두는 다수주의의 경계 안에 머무른다. 그것이 그들이 추구하는 ‘상식’의 의미, 보다 정확히는 한계라고 할 것이다.”
◇“우산은 크되 입김은 세지 않다”
“우리 회사가 다른 언론사들과 달리 사주의 우산이 굉장히 크거든요. 반면에 입김은 세지가 않습니다. 능력이 검증된 이들을 자율적으로 놔두고 포용하는 리더십이거든요.”
저자들과 인터뷰한 구성원 중 한 명은 사주의 역할을 이렇게 말했다. 저자들은 연구 기간 관찰한 방상훈 사장(현 회장)에 대해 이렇게 적었다. “언론사 사주로서 그는 뉴스를 꼼꼼히 살피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 전 지면에 걸쳐 작은 기사까지 빠짐없이 정독한 후, 뉴스 생산자들에게 공식적·비공식적 피드백을 주었는데, 주된 내용은 기사의 논조가 아닌 품질에 관한 것이었다. 그중 하나는 마음에 드는 기사를 쓴 이들에게 매일 아침 간단한 격려 문자를 보내는 일이었다.”
사전 질문지 없이 진행된 저자들과의 인터뷰에서 방 사장은 “최근 들어 디지털 퍼스트를 강조하는데, 저는 디지털 시대에도 중요한 것은 저널리즘이고, 그래서 저널리즘 퍼스트로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한다.
“신문은 소셜미디어하고는 속보 싸움에서 영원히 이기지 못할 겁니다. 그러나 정확성과 신뢰성에서는 확실히 앞설 수 있다고 봅니다. 나는 기자들이 첫째는 팩트, 둘째는 팩트가 틀렸을 때 정부나 외부의 압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기 스스로 틀린 걸 인정하고 바로잡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렇게 할 때 장기적으로 신문에 대한 신뢰가 생깁니다. 결국 신뢰가 미래의 신문이 가야 할 길입니다. 신문에 난 기사를 사람들이 믿고 따라올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현장 참여 연구 어떻게 진행했나]
부서 단위로 밀착… 인터뷰 분량만 A4 2000여쪽
‘저널리즘 연구’는 두 권 합쳐 1200쪽이 넘는다. 저자들 2021년 10월 1일부터 2022년 2월 18일까지 5개월간 편집국 책상에 노트북 컴퓨터를 놓고 앉아 편집국의 일상을 관찰했다. 나중엔 정치부 야당 데스크가 언제 담배를 피우러 갈지, 요일별 구내식당 메뉴까지 대강 짐작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편집국 관찰만으로는 외부 출입처에 나가 있는 기자들의 활동, 온라인으로 이루어지는 수많은 커뮤니케이션을 따라잡는 데 한계를 느꼈다. 대안으로 심층 인터뷰, 기자 동행 취재, 부서 단위 밀착 관찰, 편집국 내부 공유 문서 및 판별 지면에 대한 분석을 추가했다. 현장 관찰이 끝난 이후에도 자료를 분석하는 지난한 작업이 남았다.
지면 판갈이 데이터를 분석하기 위한 틀 작성에 3개월, 이를 기반으로 코딩 작업을 하는 데 6개월이 소요됐고, A4 용지로 2000여 쪽에 달하는 인터뷰 녹취록을 정리하는 데 6개월, 통독하는 데 한 달 가까이 걸렸다. 현장 연구를 마치고 3년이 지나서야 결과물을 발간하게 된 까닭이다.
"이거 팩트 맞아?"… 시시포스적 헌신·반복이 만든 저널리즘
윤석민·배진아 교수, 조선일보 5개월 참여관찰로 쓴 '저널리즘 연구'
입력 2025.03.05. 01:13업데이트 2025.03.05. 11:09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와 배진아 공주대 영상학과 교수가 함께 쓴 ‘저널리즘 연구’(전 2권·사회평론)는 끊임없이 묻는다. 저널리즘이란 무엇인가? 저자들은 이 의문에 답하기 위해 2021년 10월 1일부터 2022년 2월 18일까지 약 5개월간 조선일보 편집국 일원이 되어 현장 참여 관찰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가 끝난 후 3년 만에 나온 책의 맨 첫 장에 이런 헌사가 적혔다. ‘언론을 지키는 모든 이들에게.’ 그와 함께 저자들은 이런 결론을 내렸다. “‘이거 사실 맞아?’ 그게 사실상 연구자들이 현장에서 확인한, 언론이 추구하는 가치의 모든 것이었다. 그게 저널리즘이었다.”
◇언론 위기 극복 방안 모색
저자들의 연구를 촉발한 힘은 ‘위기감’이다. 소셜미디어, 온라인 매체 등에 밀려 신문·방송 등 전통적인 미디어가 힘을 잃어가는 와중에 뉴스 자체가 불신을 넘어 회피의 대상이 되고 있는 상황이 우려됐다. 이런 상황에서 저자들이 택한 방법은 현장 참여 관찰 연구였다. “그동안 한국 사회에서 뉴스 생산에 관한 연구는 제도와 텍스트에 관한 연구, 그리고 현장에 대한 규범적 연구로 귀결되었다. 현실에 기반한 연구가 아닌 당위에 기반한 연구, 객관적 평정이 아닌 열정(정의감이나 분노)에서 출발한 연구, 필요한 연구가 아닌 가능한 연구를 한 결과였다. 이를 통해 학계는 한목소리로 언론의 문제를 비판하는 주장을 양산했다.”
오후 편집회의서 지면 계획 논의 - 저자들의 현장 참여 관찰 연구 당시 조선일보 편집국 오후 2시 편집회의 장면. 주용중 당시 편집국장(현 TV조선 대표·오른쪽에서 둘째)을 중심으로 각 부서 부장들이 지면 계획을 논의하고 있다. 코로나 시기라 모두 마스크를 착용했다. /오종찬 기자
이런 성찰을 토대로 저자들은 규범적인 언론 개혁이 아닌 실제적인 언론 위기 극복 방안을 모색하고자 현장 참여 관찰 연구를 택한다. 언론 위기의 실천적 대안은 뉴스 생산 현장에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저자들은 ‘언론인의 헌신’과 ‘사실 확인의 규범 준수’에 대한 노력이야말로 언론 위기 극복의 희망임을 확인한다.
책은 크게 두 파트로 나뉜다. 1권 ‘뉴스의 생산’은 기자들의 취재 및 발제에서 시작해 전체 지면 편집 과정으로 종료되는 뉴스 생산 과정을 다룬다. 연구진은 일선 기자들의 기사 발제, 편집회의, 지면 편집 공정 등을 관찰하고, 기자들의 취재 현장을 동행하고, 판별 지면 데이터 내용을 분석했다. 2권 ‘뉴스의 생산자’에선 기자들과 데스크, 사주(社主), 주필, 논설위원, 전직 기자 등을 심층 인터뷰했다. 심층 인터뷰 참여자 수는 46명, 총 인터뷰 횟수는 49회였다.
◇특종보다 팩트가 우선
‘언론의 원형을 보여주는 부서.’ 사회부에 대한 밀착 관찰을 마친 후 저자들이 내린 결론이다. 이들은 1주일간 편집국 및 사회부의 모든 회의에 참석하며 사회부의 일상을 관찰했다.
저자들은 특히 뉴스가 되는 것과 되지 않는 것을 걸러내는 ‘게이트 키핑 과정’에 주목했다. 뉴스 가치의 최우선은 특종이 아니라 ‘팩트’였다. “사회부 내에서 뉴스 아이템을 선택하는 최우선의 기준은 ‘재미’와 ‘새로움’이지만, 특종보다는 사실 확인을 더 중요한 뉴스 가치로 삼는다.” 기자들은 “연구진이 옆에서 지켜보며 기록하는 것조차 힘들 정도로” 팩트를 확인했다. “사실 확인에 있어서 반복적으로 기사 내용을 검토하는 것 말고 다른 비법은 없다.”
신문 제작에 투입되는 기자들의 노동량이 엄청나다는 것도 저자들이 연구 과정에서 깨달은 사실이다. 오전 9시 40분 디지털 회의, 10시 12분 오전 편집국 회의, 10시 25분 사회부 회의, 오후 2시 23분 오후 편집국 회의, 2시 43분 사회부 회의, 5시 36분 51판(지방판) 편집회의, 6시 16분 사회부 회의, 9시 20분 52판(서울 및 수도권판) 편집회의…. 2021년 12월 27일 월요일, 저자들이 관찰하며 기록한 사회부 일과다.
“하루를 이렇게 보냈다고 해서 여유를 갖고 며칠 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계속 바위를 밀어 올려야 하는 시시포스의 운명처럼 동일한 강도의 뉴스 노동이 다음 날도 이들을 기다린다. 개인 삶의 많은 부분을 포기한 이 지독한 헌신을 통해, 이들은 이상적 규범주의자들이 비판하듯 완벽하지도 편향으로부터 자유롭지도 않지만, 주어진 조건 속에서 최선이라 할 수 있는 ‘사회적 현실의 재구성’ 작업을 수행한다.”
◇정치부 뉴스는 데스크가 주도
“정치부는 편집국의 심장이고 뉴스 생산의 중심이다. 정치부 밀착 관찰은 그 중심의 중심에 데스크들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저자들이 정치부 밀착 관찰을 통해 내린 결론이다.
정치부 데스크들이 주도하는 기사 생산에 있어서도 팩트의 중요성이 무엇보다 강조되고 심지어 데스크가 직접 나서 확인한다. “하지만 이들의 역할에는 다른 데스크들에게서 찾아볼 수 없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 이들의 작업은 팩트 전달을 넘어서는 정치 현상의 해석과 판단을 지향한다.”
데스크 주도의 뉴스 생산은 파편적 팩트가 아닌 맥락을 짚는 게 생명인 정치 뉴스의 품질을 극대화하는 생산 방식이지만, 한편 ‘정치의 영역에 사실이 존재할 수 있는가’라는 근원적 질문과 연관된다. 정치부 데스크들은 언론사 내외부에서 공히 정치 기사가 내포하는 편향의 주범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저자들은 “하지만 연구자들이 현장에서 목도한 정치부 데스크들의 역할은 한마디로 재단할 수 없는 것이었다”고 적었다. “그들은 정치권의 어느 한쪽을 편들기보다는 정치판 전체를 거시적으로 조망하는 존재들이었다. 이들은 해석과 판단의 영역에 속한 정치 뉴스를 생산함에 있어서 기사의 편향을 방지하고 균형을 맞추려 애썼다.”
◇“소수자 더 적극적으로 끌어안아야”
지면 데이터 분석 결과 조선일보 기사의 한계도 드러났다. “뉴스 생산자들은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 집단을 배제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지도 않는다. 그들이 주목하는 것은 다수가 공유하는 열망, 합리성, 믿음, 목표, 삶의 방식이다.”
저자들이 관찰한 바에 따르면 기사 아이템을 선정할 때 데스크들이 가장 많이 던지는 질문인 ‘재미있는가?’는 일반 독자들을 겨냥한다. 저자들은 이 준거가 되는 ‘일반 독자’의 개념에 확장성이 필요하다고 말한다.“뉴스 생산자들의 준거가 되는 일반 독자의 개념은 사회적 소수를 끌어안는 다원주의로까지 나아가지 않고, 일반 대중을 엘리트 위에 두는 다수주의의 경계 안에 머무른다. 그것이 그들이 추구하는 ‘상식’의 의미, 보다 정확히는 한계라고 할 것이다.”
◇“우산은 크되 입김은 세지 않다”
“우리 회사가 다른 언론사들과 달리 사주의 우산이 굉장히 크거든요. 반면에 입김은 세지가 않습니다. 능력이 검증된 이들을 자율적으로 놔두고 포용하는 리더십이거든요.”
저자들과 인터뷰한 구성원 중 한 명은 사주의 역할을 이렇게 말했다. 저자들은 연구 기간 관찰한 방상훈 사장(현 회장)에 대해 이렇게 적었다. “언론사 사주로서 그는 뉴스를 꼼꼼히 살피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 전 지면에 걸쳐 작은 기사까지 빠짐없이 정독한 후, 뉴스 생산자들에게 공식적·비공식적 피드백을 주었는데, 주된 내용은 기사의 논조가 아닌 품질에 관한 것이었다. 그중 하나는 마음에 드는 기사를 쓴 이들에게 매일 아침 간단한 격려 문자를 보내는 일이었다.”
사전 질문지 없이 진행된 저자들과의 인터뷰에서 방 사장은 “최근 들어 디지털 퍼스트를 강조하는데, 저는 디지털 시대에도 중요한 것은 저널리즘이고, 그래서 저널리즘 퍼스트로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한다.
“신문은 소셜미디어하고는 속보 싸움에서 영원히 이기지 못할 겁니다. 그러나 정확성과 신뢰성에서는 확실히 앞설 수 있다고 봅니다. 나는 기자들이 첫째는 팩트, 둘째는 팩트가 틀렸을 때 정부나 외부의 압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기 스스로 틀린 걸 인정하고 바로잡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렇게 할 때 장기적으로 신문에 대한 신뢰가 생깁니다. 결국 신뢰가 미래의 신문이 가야 할 길입니다. 신문에 난 기사를 사람들이 믿고 따라올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현장 참여 연구 어떻게 진행했나]
부서 단위로 밀착… 인터뷰 분량만 A4 2000여쪽
‘저널리즘 연구’는 두 권 합쳐 1200쪽이 넘는다. 저자들 2021년 10월 1일부터 2022년 2월 18일까지 5개월간 편집국 책상에 노트북 컴퓨터를 놓고 앉아 편집국의 일상을 관찰했다. 나중엔 정치부 야당 데스크가 언제 담배를 피우러 갈지, 요일별 구내식당 메뉴까지 대강 짐작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편집국 관찰만으로는 외부 출입처에 나가 있는 기자들의 활동, 온라인으로 이루어지는 수많은 커뮤니케이션을 따라잡는 데 한계를 느꼈다. 대안으로 심층 인터뷰, 기자 동행 취재, 부서 단위 밀착 관찰, 편집국 내부 공유 문서 및 판별 지면에 대한 분석을 추가했다. 현장 관찰이 끝난 이후에도 자료를 분석하는 지난한 작업이 남았다.
지면 판갈이 데이터를 분석하기 위한 틀 작성에 3개월, 이를 기반으로 코딩 작업을 하는 데 6개월이 소요됐고, A4 용지로 2000여 쪽에 달하는 인터뷰 녹취록을 정리하는 데 6개월, 통독하는 데 한 달 가까이 걸렸다. 현장 연구를 마치고 3년이 지나서야 결과물을 발간하게 된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