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즈버거 NYT 회장 “거짓이 판치는 시대, 팩트와 질문으로 맞서 싸워야”
박정훈 기자
뉴욕타임스의 아서 그레그 설즈버거 회장 겸 발행인이 19일 서울대 체육문화교육연구동에서 '자유 언론에 대한 위협(The Threat to the Free Press)'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이태경 기자
뉴욕타임스(NYT)의 아서 그레그 설즈버거 회장 겸 발행인은 19일 “소셜미디어 시대 (가짜 뉴스) 문제의 해결책은 공정성, 정확성, 독립성을 갖춘 최고 수준의 저널리즘”이라고 했다. 설즈버거 회장은 이날 본지 인터뷰에서 “소셜미디어의 허위 정보, 음모론, 선전, 낚시가 급증하는 건 모두가 알고 있는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설즈버거 회장은 소셜미디어를 ‘인류 역사상 가장 큰 뉴스 정보 유통 업체’로 규정했다. 그는 “하지만 소셜미디어는 정보 흐름에 대한 통제력이 불균형적”이라고 했다. 설즈버거 회장은 “인터넷에는 의견을 제시하는 사람이 넘쳐나고, 그들이 무얼 말하는지도 잘 모르면서 그 의견에 동조하는 사람이 많다”며 “그럴수록 어려운 질문을 하고, 두 번, 세 번 크로스체크를 하는 언론인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했다. 그는 “2023년 언론인이 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며 언론인들은 그 어느 때보다 괴롭힘을 당하는 중”이라며 “위험한 공격에 직면하면서도 중요한 일을 하는 한국과 전 세계 언론인들을 매우 존경한다”고 했다.
설즈버거 회장은 인터뷰 직후 이어진 서울대 국제협력본부 강연에서도 언론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소셜미디어와 인터넷이 많이 활용되면서 음모론과 잘못된 정보가 확산되고 있다”며 “점점 더 많은 사람을 매혹하고 있는데, 이런 상황은 오히려 사실을 기반으로 뉴스를 생산하는 언론사들의 영향력을 더욱 확대할 것”이라고 했다. 설즈버거 회장은 인공지능(AI)이 가짜 뉴스를 더욱 확대시킬 것으로 우려했다. 그는 “불과 몇 년 안에 전체 온라인 콘텐츠의 90% 이상을 AI가 생산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AI의 부상은 진짜와 가짜의 경계를 더욱 모호하게 만들 것”이라고 했다.
설즈버거 회장은 정치 양극화가 언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경계했다. 그는 “독자들이 진실보다는 자신의 세계관 강화를 위해 사실 왜곡 매체를 찾고 있다”며 “언론이 독립적인 사실 전달자가 아닌 이념적 당파가 되라는 압력이 커지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자유 언론은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며, 보호가 필요한 취약한 존재”라며 “언론인이 자유롭게 진실을 추구하고 발표할 수 있는 나라는 시민이 더 많은 정보를 얻고, 사회가 더 강해짐을 알아 달라”고 했다.
뉴욕타임스의 아서 그레그 설즈버거 회장 겸 발행인이 19일 서울대 체육문화교육연구동에서 '자유 언론에 대한 위협(The Threat to the Free Press)'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이태경 기자
설즈버거 회장은 “우리 뉴욕타임스는 언론에 무례한 표현이 될 수 있는 ‘가짜 뉴스(fake news)’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며 “그것은 굉장히 음흉한 표현”이라고 했다. 그는 “역사를 돌이켜보면 ‘가짜 뉴스’ ‘국민의 적’이라는 표현은 나치 독일, 스탈린의 소련 등 인류 역사의 끔찍한 순간에 뿌리를 두고 있다”며 “가짜 뉴스라는 표현은 ‘잘못된 정보(misinformation)’라는 표현으로 정정돼야 한다”고 했다.
설즈버거 회장은 “가짜 뉴스라는 단어가 정치인들에 의해 체계적으로 무기화됐다”며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가짜 뉴스라는 말을 사용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신뢰성을 무너트리는 그런 행위에도 뉴욕타임스 독자는 그 어느 때보다도 많다”며 “구독자가 1000만명인데, 이는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양질의 저널리즘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뉴욕타임스 기사를 ‘가짜 뉴스’라며 공격했었다.
설즈버거 회장은 이번 방한에 대해 “2년 전 아시아 사업부를 홍콩에서 서울로 옮긴 이후 꼭 한국을 방문하고 싶었다”며 “지부를 옮긴 건 홍콩 언론에 대한 단속이 심해지면서 언론 자유가 보장되는 국가를 찾아야 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 지부가 미국 외 지역에선 런던 다음으로 규모가 크다고 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2021년 ‘홍콩보안법’을 이유로 아시아 본부를 서울로 옮겼다. 이 법에는 ‘외국인이라도 중국의 국가 분열 등을 노린 발언이나 행위는 처벌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그는 “수많은 국가에서 수십년간 표현의 자유가 후퇴하는 동안 한국은 자유를 수용하는 방향으로 나갔다”며 “한국은 여러분의 조부모와 부모 세대에 의해 안정적이고 번영하는 민주주의를 구축한 경제 강국이 됐다”고 했다. 설즈버거 회장은 “민주주의가 후퇴하지 않기 위해서는 자유롭고 독립적인 언론이 꼭 필요하다”며 “공익을 위한 저널리즘을 만드는 데 헌신하는 언론을 한국인 여러분이 옹호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아서 그레그 설즈버거
1896년 뉴욕타임스를 인수한 아돌프 옥스의 4대 후손. 아서 그레그 설즈버거는 옥스-설즈버거 가문이 배출한 6번째 회장 겸 발행인이다. 1980년생으로, 2009년 뉴욕타임스 기자가 돼 사회부에서 주로 근무했고, 2017년 발행인이 됐다.
설즈버거 NYT 회장 “거짓이 판치는 시대, 팩트와 질문으로 맞서 싸워야”
뉴욕타임스의 아서 그레그 설즈버거 회장 겸 발행인이 19일 서울대 체육문화교육연구동에서 '자유 언론에 대한 위협(The Threat to the Free Press)'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이태경 기자
뉴욕타임스(NYT)의 아서 그레그 설즈버거 회장 겸 발행인은 19일 “소셜미디어 시대 (가짜 뉴스) 문제의 해결책은 공정성, 정확성, 독립성을 갖춘 최고 수준의 저널리즘”이라고 했다. 설즈버거 회장은 이날 본지 인터뷰에서 “소셜미디어의 허위 정보, 음모론, 선전, 낚시가 급증하는 건 모두가 알고 있는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설즈버거 회장은 소셜미디어를 ‘인류 역사상 가장 큰 뉴스 정보 유통 업체’로 규정했다. 그는 “하지만 소셜미디어는 정보 흐름에 대한 통제력이 불균형적”이라고 했다. 설즈버거 회장은 “인터넷에는 의견을 제시하는 사람이 넘쳐나고, 그들이 무얼 말하는지도 잘 모르면서 그 의견에 동조하는 사람이 많다”며 “그럴수록 어려운 질문을 하고, 두 번, 세 번 크로스체크를 하는 언론인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했다. 그는 “2023년 언론인이 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며 언론인들은 그 어느 때보다 괴롭힘을 당하는 중”이라며 “위험한 공격에 직면하면서도 중요한 일을 하는 한국과 전 세계 언론인들을 매우 존경한다”고 했다.
설즈버거 회장은 인터뷰 직후 이어진 서울대 국제협력본부 강연에서도 언론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소셜미디어와 인터넷이 많이 활용되면서 음모론과 잘못된 정보가 확산되고 있다”며 “점점 더 많은 사람을 매혹하고 있는데, 이런 상황은 오히려 사실을 기반으로 뉴스를 생산하는 언론사들의 영향력을 더욱 확대할 것”이라고 했다. 설즈버거 회장은 인공지능(AI)이 가짜 뉴스를 더욱 확대시킬 것으로 우려했다. 그는 “불과 몇 년 안에 전체 온라인 콘텐츠의 90% 이상을 AI가 생산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AI의 부상은 진짜와 가짜의 경계를 더욱 모호하게 만들 것”이라고 했다.
설즈버거 회장은 정치 양극화가 언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경계했다. 그는 “독자들이 진실보다는 자신의 세계관 강화를 위해 사실 왜곡 매체를 찾고 있다”며 “언론이 독립적인 사실 전달자가 아닌 이념적 당파가 되라는 압력이 커지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자유 언론은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며, 보호가 필요한 취약한 존재”라며 “언론인이 자유롭게 진실을 추구하고 발표할 수 있는 나라는 시민이 더 많은 정보를 얻고, 사회가 더 강해짐을 알아 달라”고 했다.
뉴욕타임스의 아서 그레그 설즈버거 회장 겸 발행인이 19일 서울대 체육문화교육연구동에서 '자유 언론에 대한 위협(The Threat to the Free Press)'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이태경 기자
설즈버거 회장은 “우리 뉴욕타임스는 언론에 무례한 표현이 될 수 있는 ‘가짜 뉴스(fake news)’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며 “그것은 굉장히 음흉한 표현”이라고 했다. 그는 “역사를 돌이켜보면 ‘가짜 뉴스’ ‘국민의 적’이라는 표현은 나치 독일, 스탈린의 소련 등 인류 역사의 끔찍한 순간에 뿌리를 두고 있다”며 “가짜 뉴스라는 표현은 ‘잘못된 정보(misinformation)’라는 표현으로 정정돼야 한다”고 했다.
설즈버거 회장은 “가짜 뉴스라는 단어가 정치인들에 의해 체계적으로 무기화됐다”며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가짜 뉴스라는 말을 사용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신뢰성을 무너트리는 그런 행위에도 뉴욕타임스 독자는 그 어느 때보다도 많다”며 “구독자가 1000만명인데, 이는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양질의 저널리즘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뉴욕타임스 기사를 ‘가짜 뉴스’라며 공격했었다.
설즈버거 회장은 이번 방한에 대해 “2년 전 아시아 사업부를 홍콩에서 서울로 옮긴 이후 꼭 한국을 방문하고 싶었다”며 “지부를 옮긴 건 홍콩 언론에 대한 단속이 심해지면서 언론 자유가 보장되는 국가를 찾아야 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 지부가 미국 외 지역에선 런던 다음으로 규모가 크다고 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2021년 ‘홍콩보안법’을 이유로 아시아 본부를 서울로 옮겼다. 이 법에는 ‘외국인이라도 중국의 국가 분열 등을 노린 발언이나 행위는 처벌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그는 “수많은 국가에서 수십년간 표현의 자유가 후퇴하는 동안 한국은 자유를 수용하는 방향으로 나갔다”며 “한국은 여러분의 조부모와 부모 세대에 의해 안정적이고 번영하는 민주주의를 구축한 경제 강국이 됐다”고 했다. 설즈버거 회장은 “민주주의가 후퇴하지 않기 위해서는 자유롭고 독립적인 언론이 꼭 필요하다”며 “공익을 위한 저널리즘을 만드는 데 헌신하는 언론을 한국인 여러분이 옹호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아서 그레그 설즈버거
1896년 뉴욕타임스를 인수한 아돌프 옥스의 4대 후손. 아서 그레그 설즈버거는 옥스-설즈버거 가문이 배출한 6번째 회장 겸 발행인이다. 1980년생으로, 2009년 뉴욕타임스 기자가 돼 사회부에서 주로 근무했고, 2017년 발행인이 됐다.